[344] 일단 의대에 합격하면 더 이상 영어 때문에 불리한 일은 없나요?

의대에 합격했다고 해서 영어가 부족한 학생에게 불리한 일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을 지도 모른다는 발상이 어떻게 나왔는지 모르지만 이는 절대로 틀린 추측이다. 의대에서 학생을 선발할 때 영어 독해력을 중시하는 이유는 바로 의대공부를 할 때에도 그렇고 의사면허시험을 볼 때도 영어 독해력이 의대생들이 성공적으로 의대교육을 받고 원하는 레지던시에 매칭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믿기 때문이다.

자녀가 고교생 시절부터 필자의 “미국에서 의대보내기” 칼럼을 스크랩까지 해가며 필독해 온 가정들이 자녀가 의대에 합격하고 나면 감사인사를 전해온다. 그 때 예외 없이 모든 가정에서 필자에게 감사하는 내용은 영어 독해력의 중요성에 대한 현실감, 환자와 시간을 보내는 경험이 그 어떤 요소보다 중요하다는 사실, 그리고 원서를 일찍 접수시키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너무 많이 반복적으로 강조해 준 덕에 자녀에게도 이런 점들을 강조하고 또 강조했으므로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의대에 진학할 수 있게 되었다는 인사이다. 특히 학교성적이 최우등에 속해도 영어 독해력이 조금 떨어지는 경우에는 미리 최상위권에 속한 의대에 대한 미련이 크지 않았으므로 중위권 의대에 합격해도 당연한 결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의 여유도 생겼으므로 비현실적인 목표를 세워두고 마음만 조리며 힘들어 하지 않는 것도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른다는 얘기는 너무도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럴 때 필자의 반복되는 조언은 의대에 입학하기 전까지의 수개월을 영어 독해력 증진에 쏟는 것이 자녀의 의대생활, 의대성취도, 레지던시 매칭 결과에 크게 도움이 될 것에 초점을 맞춘다. 일찌감치 원서를 제출했던 학생들만이 의대 합격생이라는 기쁨을 반 년 넘게 누리게 된다. 11월 초인 현재 의대로부터 합격통보를 받은 학생들은 재학생이라면 학교에서 많은 친구나 후배들에게 부러움을 사고 있을 것이고, 졸업생이더라도 본인이 속한 집단에서 부러움을 사고 있을 것이다. 노력한 만큼의 기쁨과 성취감을 느껴야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지만 자칫 모든 것이 끝난 듯한 정신상태에 들어서면 안 된다. 제대로 된 도전이 목전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에 이제부터 더욱 긴장하여 본인의 단점을 보완해야 할 시기이다. 그 단점이 만일 영어 독해력이라면 차라리 다행이다. 반 년이 넘는 시간을 독해력 증진에 쏟을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가정에서 필자의 칼럼내용에 감사만 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경우에는 짜증을 내기도 한다. 도무지 왜 의대가 학생들의 영어 독해력에 이리도 민감하여 학교성적이 만점에 가까운 자녀가 영어 때문에 이렇게 의대도 못 가고, 혹은 중간수준의 의대에 만족해야만 하는지 그 이유가 뭐냐고 따지듯 연락해오는 안타까운 일도 겪고 있다. 그 이유라고 제공할 수 있는 것은 지극히 단순한 것이다. 시간은 정해져 있고 알아야 할 정보는 방대한 분야가 의학분야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건강과 목숨을 다루는 학문에서 대충 알아도 되는 정보는 없다. 제대로 알아야 하므로 의사면허시험에서 측정하는 지식수준도 높기 마련이고 8시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시험을 보게 한다. 의대재학기간 동안은 어차피 다른 학생들도 잠을 제대로 안 자며 공부하고 있으므로 누가 한 번 읽은 정보를 완벽히 자기 것으로 만드냐는 점이 차이를 만들 것이다. 의대 2학년 2학기면 보게 되는 의사면허 1차 시험에서 서너 시간을 시험보고 있으면 누구나 집중력이 떨어지기 마련이고 심하면 머리가 멍한 상태에서 기계적으로 나머지 서너 시간 동안 문제를 풀 수도 있기 마련이다. 이때 바로 기본 독해력이 작용하는 것이다. 몸에 배어 있는, 두뇌가 익숙하게 작동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또한 심신이 완벽한 정상상태가 아닌 상황에서 의사를 찾아와 본인의 증상을 얘기하거나 심각한 건강문제를 논의해야 하는 환자나 그 가족들과의 대화에서 제대로 된 속뜻을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하는 것이 의대에 진학하고자 하는 학생들에게는 당연히 연습이 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리도 이해하기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라고 믿는다.

남 경윤 / 의대진학 전문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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