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0] 제 3세계 의료봉사를 꼭 다녀와야 하나요?

의사가 되고자 노력하는 프리메드 학생이 제 3세계 의료봉사에 참여하는 것을 두고 고민을 한다면 차라리 의대 진학을 재고해 보는 것이 낫다는 것이 오랫동안 유지해온 필자의 의견이었지만 힘든 줄 알기에 참여를 고민하는 학생 말고 제 3세계 의료봉사가 뭔 지 몰라서 고민하는 학생도 있다는 것을 최근에 알았기에 이 점을 고민하는 모든 학생을 폄하하기 보다는 이 봉사활동이 다른 활동들과 어떻게 다르고 무엇을 얻을 수 있는 지에 대해 설명해 주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미 여러 차례 제 3세계 의료봉사에 대한 소개를 했으므로 이번에는 지난 여름에 제 3세계 의료봉사에 다녀와서 기행문을 적어 보내준 A 학생의 글을 일부 발췌해서 소개하고자 한다. 학생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해당 국가명과 일부 개인정보에 속하는 부분은 제외했지만 현지에서 그 학생이 보고 겪고 느낀 내용은 가감없이 소개하여 많은 가정에서 왜 필자가 리서치보다 봉사에 더 초점을 맞추어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으며 왜 필자가 지도한 학생들이 장학금을 받아가며 명문의대에 그렇게 많이 진학하는 지에 대한 이유를 조금은 느낄 수 있으리라고 본다. 또한 제 3세계 의료봉사에 참여여부를 망설이는 자녀가 있다면 등 떠밀어서 보내게 되는 가정이 단 한 가정이라도 늘어나리라 기대해 본다. 바로 그 학생이 행복한 의사가 되기 위한 비결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A 학생의 글은 다음과 같다.

“저는 현지에 개인자격으로 들어와 센터에서 활동하고 있던 외국인 청년 자원봉사자들과 금방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각 개개인들은 서로 다른 나라에서 서로 다른 일정을 가지고 이곳에 왔지만, 만난적도 없는 사람들끼리 나름대로 체계를 갖추어 리더와 팀을 꾸려 선임이 후임을 이끌어 나가는 성숙한 모습에 감동을 받았습니다. 전원 20대 였는데, 프랑스, 핀란드, 스페인, 아르헨티나, 독일 등 유럽 친구들이 많았습니다. 편도 비행기를 끊고 이곳에 와서 인도주의적 봉사를 통해 스스로의 가치와 삶을 되돌아보는 친구들과 만나면서 저 스스로의 삶의 자세도 되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의료봉사도 관광과 같이 철을 타다 보니 8월 말에는 이미 여름철 봉사자들이 빠져나간 다음이라 외국인 봉사팀의 규모가 20명 미만이었기 때문에 다 같이 바쁘게 움직였습니다. 기본적으로 환자들과 말이 잘 통하지는 않았지만, 간단한 단어도 같이 공부하고, 또 몸짓, 발짓, 표정으로 소통하는 요령도 익히면서, 간단한 물청소도 하고, 딱딱한 침상이나 바닥에 누워있는 환자들을 부축하고, 배급/식사 과정을 돕고, 또 필요할 때 대소변을 치우고 씻기는 등의 일반 봉사활동을 진행하였습니다. 이와 더불어 외상 관리조를 짜서 움직이며 간단한 상처부터 화상, 욕창, 그리고 진균 감염 등에 대해 상처 소독이나 드레싱, 연고 사용 등 간단한 조치를 하고, 또 심각한 경우 인근 일반병원으로 이송하는 일까지 담당하여 진행하였습니다만 제가 합류 하고 보니 당시 활동하고 있는 청년들 중에 의료적 훈련을 받은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의료계 커리어를 생각하는 이들도 없었고, 다만 인도주의적 활동을 하는 과정에 이곳에서 활동하게 된 차에 의료 자원봉사자들이 전무한 상황에서 필요에 따라 환자를 돌보는 정도의 일을 하고 있던 것이었습니다. 매년 여름과 겨울 휴가철에 해외 의료봉사단이 들어와 약품/의료품도 기부를 하고 가는 만큼 일반적 약/연고/기능성 드레싱 등의 재고는 어느 정도 있었습니다만 언제 어떤 약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판단이 안 서니 환자의 상태 변화에 따라 대응이 달라지기보다는 여름에 잠깐 다녀가는 의사/간호사들이 알려준 프로토콜을 그대로 반복하고 있는 상황에 좀 당혹스러웠습니다. 멸균거즈나 소독약을 다루는 과정도 프리메드에 불과한 제가 보기에도 좀 불안불안 했고요. 다들 마음과 정성은 대단했는데, 전문적 훈련이 많이 아쉬운 상황이었습니다. 제가 의사였다면 좀 더 보탬이 되었을 텐데 하는 생각을 그렇게 많이 한 적도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번 여름 경험 중에 가장 제가 많이 감사하고 있는, 제 시야를 넓혀준, 또 좋은 의미에서 제 생각을 복잡하게 만들어주고 있는 것이 이곳 에서의 경험이 아닌가 합니다. 물론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좋은 의사의 역할은 무엇이고, 또 저는 어떠한 의사가 되고 싶은 지, 또 의대 입시를 너머 세상에 나아가게 될 때 어떤 역할을 추구하고 싶은 지 되돌아볼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음식도 입에 맞아 큰 고생은 없었습니다. 제가 목표로 하는 진로에 대해서 경쟁적 입시라는 요소를 잠시 떼어놓은 채로 숙고해 볼 수 있는 귀중한 기회였습니다. 제가 느낀 바들을 잘 모아 하나의 소명의식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면 어느 지역에서 의대를 가고 의사생활을 하게 되더라도 즐거운 의사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A 학생이 보내준 긴 글 중 위의 내용을 접한 가정에서는 앞에서 필자가 강조한 제 3세계 의료봉사의 의미를 함께 되새길 수 있게 되었기를 바란다. 아울러 이 세상에는 의대 진학을 목표로 하지 않더라도 봉사활동을 통해 자신을 성찰하며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가는 젊은이들도 있다는 사실에도 감사했으면 좋겠다. 그렇기 때문에 의료봉사를 빙자하여 현지 주민들을 연구대상으로 바라보며 짧은 시간 방문하여 보여주기 식의 실적을 만들어 의대에 제출하는 방식으로 의대 진학에 활용하는 학생들이 있다는 사실은 개탄스럽다. 제발 의사도 되기 이전부터 아픈 이들을 섬기는 마음보다 그들을 이용하고자 하는 얕은 생각을 안 했으면 좋겠다. 제 3세계 의료봉사도 어떤 마음으로 접근하는 지가 중요하다. 누구를 위한 시간이 되어야 할 지를 고민해 봐야 할 문제이다. 자신이 느끼게 될 여러 감사한 마음은 부산물이지 자신의 힐링 시간으로 삼고자 아픈 이들을 돌보는 가식적인 행위는 피하고 그저 도움이 필요한 그곳에서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를 돕다 보면 자신이 행복해 지고 무엇이 필요한 지를 깨우치게 될 것이고 그래서 봉사는 의미가 있는 것이다.

제 3세계 의료봉사도 바로 그런 의미 있는 봉사행위인 것이다.

남 경윤 / 의대 진학 전문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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